Anthropic 2030 전망, 파이어족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은? (feat. 노동 vs.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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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nthropic에서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라는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AI 발전 속도와 기업의 도입 속도에 따라 2030년 경제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서 본 내용입니다. "2030년에는 반드시 이렇게 된다"는 예측이라기보다 시나리오 분석에 가깝습니다.

파이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곱씹어볼 만한 부분이 있어서 정리를 해봤습니다. (제 본업이 개발자다보니 남의 일 같지 않기도 했구요 ㅎㅎ)

시나리오별 2030년 주요 수치

2030년 시나리오별 주요 수치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는 GDP가 AI가 없었을 경우보다 32.4% 높아지고, 2030년 한 해 성장률이 15%를 넘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밌는(?) 건 그 다음입니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지식노동자 임금은 11.5% 낮아지고 실업률은 17.9%까지 올라가는데, 자본소득은 81.4%나 늘어납니다.
경제가 커지는 것과 일하는 사람이 돈을 더 버는 게 꼭 같은 얘기는 아닐 수 있습니다.

노동 60 : 자본 40 → 노동 45 : 자본 55

파이어 준비와 관련해서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소득 배분 변화였습니다. 지금은 전체 소득 중 60% 정도가 노동으로, 40%가 자본으로 돌아가는데, AI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노동의 몫이 45%까지 떨어지고 자본의 몫이 55%까지 올라갑니다.

소득 배분 변화

물론 실제로 이렇게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방향성만 놓고 보면 꽤나 의미가 있습니다.

젊은 직장인에게 가장 큰 자산은 사실 집이나 주식계좌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벌게 될 노동소득입니다. AI가 지식노동의 가치를 낮추기 시작하면 바로 이 인적자본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파이어를 준비한다는 건 그 월급을 조금씩 금융자산으로 바꾸는 과정이니, 경제적 기반을 노동에서 자본 쪽으로 옮기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조금 바뀔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파이어의 질문은 "얼마를 모으면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노동소득이 예상보다 일찍 줄어들어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비슷한 회사로 옮기면 됐고, 투자시장이 안 좋으면 은퇴를 몇 년 늦추면 됐습니다. 그런데 AI가 직종 전체의 수요를 줄여버린다면 회사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때문에 이미 파이어를 달성한 사람보다, 나머지를 월급으로 모아야 하는 준비 중인 사람이 더 민감합니다. 목표가 10억인데 지금 3억을 모았다면, 남은 7억의 상당 부분이 앞으로 받을 월급에 달려 있으니 말이죠.

월급 비중을 줄여가는 과정

핵심은 노동소득이 높을 때 그중 일부를 꾸준히 생산자산으로 바꿔두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월급 8천만원에 투자소득이 200만원이던 사람이, 자산이 쌓이면서 투자소득이 2천만원, 4천만원으로 늘어나는 식입니다.

월급 대비 투자소득 비중 변화 (예시)

여기까지 오면 월급이 줄어들거나 잠시 일을 쉬더라도 충격이 훨씬 작습니다. 파이어의 본질은 월급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주식 가진 사람이 무조건 유리할까?

일부는 맞을 수 있습니다. 주식은 결국 기업의 소유권이고, 기업이 AI로 같은 일을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하면 그 이익의 일부는 주주에게 돌아가니깐요.

다만 자본소득 81.4% 증가가 주식시장이 81.4% 오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주가는 금리, 밸류에이션, 투자자의 기대, 세금 등의 영향을 받고, AI에 대한 기대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면 앞으로의 수익률은 생각보다 낮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AI 시대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AI 모델 기업일 수도, 반도체나 전력·데이터센터일 수도, 아니면 AI를 싸게 가져다 쓰는 일반 기업들일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몇몇 종목에 몰빵하는 건 파이어 관점에서 꽤나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최고 수익률을 맞히는 것보다 오래 살아남는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니 말이죠.

목표 금액보다 안전마진

기존 파이어 전략에는 보이지 않는 안전장치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산이 많이 줄면 다시 일하면 된다는 것 말이죠.

예를 들어 AI 기대감으로 시장이 크게 올라 예상보다 일찍 목표 금액에 도달했고,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후 밸류에이션 조정으로 자산이 20~30% 줄어들었는데, 하필 그 시점에 내 직종의 일자리까지 줄어 있다면 자산시장과 노동시장의 위험이 동시에 오는 셈입니다.

목표 금액 하나보다 안전마진

그래서 목표 금액에 딱 도달하자마자 퇴직하기보다는, 몇 년치 생활비를 현금이나 단기채권으로 두고 연금이나 부업수입처럼 주식시장 밖의 현금흐름도 같이 챙겨두는 게 중요해질 듯 합니다. 특히 연금은 노동시장이나 주식시장과 어느 정도 독립적인 현금흐름입니다. 년간 생활비가 4천만원인데 65세 이후 연금으로 2천만원을 받는다면, 금융자산에서 꺼내 써야 하는 금액이 절반으로 줄어드니 말이죠. (제가 국민연금을 장수보험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부업의 의미도 조금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돈 조금 더 벌기"였다면, 이제는 "한 회사 월급에 100% 의존하지 않기"에 가깝습니다. AI가 지식노동의 가격을 낮추기도 하지만, 개인이 작은 사업을 하는 비용도 크게 낮춰주니 말이죠.

생활비도 다 싸지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번역, 콘텐츠처럼 AI가 생산비를 낮추는 분야는 가격이 크게 내려갈 수 있습니다. 파이어족에게는 좋은 소식입니다. 하지만 간병, 의료, 건설처럼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노동은 오히려 비싸질 수 있습니다. 극단적 시나리오에서도 AI 영향을 덜 받는 직종의 임금은 33.6% 가량 오르는 것으로 나옵니다.

AI 시대, 생활비는 양극화될 수도

노후 의료비와 간병비를 지금 물가 기준으로만 계산하는 건 조금 위험할 수 있겠습니다.

저의 경우

저는 보고서에서 말하는 지식노동자 한가운데에 있는 개발자이고, 지금은 휴직을 하면서 파이어족 예행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도 AI를 쓰고, 경제적 자유 연구소 사이트도 코드 한 줄 직접 짜지 않고 만들다보니, AI가 지식노동의 가격을 떨어뜨린다는 얘기가 꽤나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다행히(?) 그동안 절세계좌 위주로 지수 ETF를 모아왔고 앱 수익처럼 월급이 아닌 현금흐름도 조금씩 준비해두고 있어서, 노동보다는 자본 쪽에 조금 더 발을 걸쳐놓은 상태이긴 합니다. 그래도 휴직이 끝날 때쯤 복직과 퇴사를 고민할 때 "몇 년 뒤에도 돌아갈 자리가 지금 같을까?"라는 질문을 하나 더 넣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파이어가 "돈을 충분히 모아서 일찍 은퇴한다"였다면, 앞으로는 "노동시장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는 선택권을 확보한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일을 해야만 살 수 있는 상태와, 일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는 상태의 차이니 말이죠.

앞으로 중요한 건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느냐보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얼마나 빨리 만들어두느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Anthropic의 전망이 얼마나 맞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생각보다 천천히 발전할 수도 있고, 반대로 훨씬 빠르게 바뀔 수도 있구요. 그러니 "이런 관점도 있구나" 정도로 참고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제가 경제 전문가는 아니다보니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보이시면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AI 시대의 파이어, 준비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참고

  • Anthropic,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특정 상품 추천이나 개별 투자·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세율·한도·통계 등은 작성 시점 기준이며 이후 개정될 수 있으니, 실제 판단 전에는 국세청·국민연금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소관 기관의 최신 안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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