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매일경제에 서울 도심형 실버타운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호텔식으로 하루 세 끼가 나오고, 단지 안에 피트니스와 수영장, 문화 아카데미까지 있어서 "늙을 시간도 없다"는 입주자 말이 제목으로 뽑혔더라구요.
예전에 알던 요양원 이미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기사에 나온 비용은 보증금 3억~8억원에 부부 합산 월 생활비가 300만~400만원대였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보고 제가 궁금했던 건 따로 있습니다. 집 한 채가 재산의 대부분인 은퇴 부부가 이 비용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가입니다.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어디서 만들어야 하는지 계산해봤습니다.
보증금 따로, 월 생활비 따로입니다
실버타운 비용은 두 덩어리입니다.
보증금은 나갈 때 돌려받는 돈입니다. 그래서 쓰고 없어지는 돈은 아닙니다만, 그만큼의 목돈이 묶입니다. 반대로 월 생활비는 매달 사라지는 돈이라 연금 같은 현금흐름으로 받쳐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실제 시설들 조건은 이렇습니다.

1인 기준인지 부부 기준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시설이라도 부부가 함께 들어가면 월 생활비가 100만원 안팎 올라갑니다. 평형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광고에 적힌 최저 금액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월 생활비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시설마다 다릅니다.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를 예로 들면 월 60식(하루 두 끼꼴)과 건강관리비, 세대 청소비, 시설 이용료가 월 생활비에 들어있고, 공과금은 별도입니다. 세 끼를 다 먹거나 식사를 더 신청하면 그만큼 올라갑니다.
계약 조건도 봐야 합니다. 가양타워는 계약 5년에 최소 의무 거주가 3년이고, 3년 안에 해지하면 보증금의 5%를 위약금으로 뗍니다. 목돈이 묶이는 데다 마음에 안 들어도 바로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집 한 채로 보증금과 월 생활비를 만드는 3단계
기사에서 제시한 자금 설계는 결국 살던 집을 어떻게 쓸 것인가입니다.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단계는 보증금입니다. 집을 팔아서 보증금을 내는 방법이 가장 단순합니다. 9억원짜리 집을 팔아 5억원짜리 실버타운에 들어가면 보증금 5억원을 내고 4억원이 남습니다.
2단계는 남은 차액 4억원입니다. 이 돈이 월 생활비의 재원이 되구요. 4%씩 꺼내 쓴다고 보면 연 1,600만원, 월 133만원 정도입니다.
3단계는 연금입니다. 부부 국민연금에 퇴직연금·개인연금을 더해서 나머지를 채웁니다. 월 생활비가 부부 350만원이라면, 차액에서 133만원이 나오니 연금에서 217만원 정도가 더 필요합니다.
집을 팔지 않는 선택지, 주택연금입니다
집을 파는 게 부담스럽거나, 팔기 아까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쓸 수 있는 게 주택연금입니다. 2024년 5월부터 실버타운에 입주해도 주택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노인복지주택 입주가 실거주 예외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냥 이사하면 되는 게 아니라 주택금융공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게다가 살던 집을 세놓아서 임대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가입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 저당권 방식: 보증금 없는 월세만 가능합니다
- 신탁 방식: 전세나 반전세도 가능합니다. 다만 보증금은 주택금융공사에 맡겨야 합니다
그러니까 집을 판 돈으로 보증금을 내는 대신, 주택연금 월지급금과 월세로 실버타운 월 생활비를 내는 그림도 가능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 실버타운 보증금은 따로 마련해야 하니, 보증금이 작고 월 생활비가 높은 시설이 어울립니다.
한 가지 주의할 건 월세는 소득이라는 점입니다. 주택연금과 달리 임대소득은 건강보험료와 종합소득세에 잡히니, 월세까지 받는 계획이라면 그만큼 감안해야 합니다.
세금과 건보료도 같이 봐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게 건강보험료입니다.
주택연금 월지급금은 소득이 아니라 대출입니다. 그래서 건강보험료에도, 기초연금 판정에도 소득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소득으로 안 잡힐 뿐이지 집은 그대로 재산으로 남습니다. 지역가입자라면 재산 보험료는 계속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집을 팔아서 생긴 돈을 예금이나 배당주에 넣어두면 이자·배당소득이 생기고, 이건 건보료에 잡힙니다.
피부양자 자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연 소득 2,000만원이 기준인데, 여기에는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이 전액 들어갑니다. 부부 국민연금이 월 170만원(연 2,040만원)만 돼도 기준을 넘어 지역가입자가 되는 셈입니다. 소득뿐 아니라 재산 과세표준 5.4억원 기준도 같이 봅니다.
참고로 판정과 부과는 기준이 다릅니다. 피부양자 자격을 볼 때는 공적연금이 전액 반영되지만, 지역가입자가 된 뒤 보험료를 매길 때는 연금소득의 50%만 반영됩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집을 팔 때 양도세도 확인해야 합니다. 1세대 1주택이면 12억원까지는 비과세지만, 그 위로는 세금이 붙습니다. 보증금을 계산할 때는 세금을 뺀 실수령액으로 잡아야 합니다.
부부 월 350만원을 연금으로 만들려면
결국 핵심은 월 생활비를 감당할 현금흐름입니다. 부부 기준 월 350만원, 조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게 있습니다. 표의 금액은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떼기 전 기준이고, 지금 물가 기준입니다. 20년 뒤라면 같은 생활을 하는 데 더 큰 금액이 필요합니다.
건강보험료는 상황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집을 그대로 두고 주택연금을 받는 부부라면 재산 보험료가 붙어서 월 20만원대까지 나올 수 있고, 집을 팔아 보증금으로 바꾸면 재산 점수가 줄어 더 낮아집니다. 반대로 차액을 예금이나 배당주로 굴려 금융소득이 연 1,000만원을 넘으면 다시 올라갑니다. 여기에 장기요양보험료가 건보료의 12% 남짓 더 붙습니다.
의료비도 따로 잡아둬야 합니다. 실버타운은 생활 시설이지 요양 시설이 아닙니다. 건강이 나빠져서 돌봄이 필요해지면 그때는 요양원이나 재가 돌봄 비용이 따로 듭니다. 실버타운 비용을 연금으로 빠듯하게 맞춰두면 이 단계에서 곤란해집니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개인연금을 합쳐서 나이별로 얼마가 들어오는지는 아래에서 직접 넣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timerichlab.com/?tab=pension
은퇴 후 건강보험료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래에서 계산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timerichlab.com/?tab=health-insurance-simulator
저의 경우
저는 아직 실버타운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지금 40대 중반이니 한참 남은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그래도 이번에 숫자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집은 그냥 사는 곳이고 노후 자금은 연금계좌에서 나온다고만 생각했는데, 실버타운처럼 보증금이 큰 선택지를 놓고 보니 집도 결국 노후 현금흐름의 일부더라구요.
제 계획으로는 65세 이후 부부 국민연금이 월 273만원 정도, 여기에 개인연금에서 연 4천만원 정도를 더 꺼낼 생각입니다. 월로 치면 600만원 가까이 되니 부부 월 350만원짜리 실버타운은 가능한 범위이긴 합니다만, 그러면 다른 생활비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보증금을 어디서 만들지도 문제구요.
그래서 저는 4층 주택연금을 계산에 넣지 않고 있었는데, 이번 기사를 보고 나서는 집을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는 게 생각보다 중요할 수 있겠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80대에 실버타운이든 요양원이든 큰돈이 들어갈 때, 그때 꺼낼 수 있는 자산이 집 한 채라면 말이죠.
제가 금융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시면 언제든지 댓글 부탁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은퇴 후에 지금 집에 계속 사실 계획이신가요, 아니면 실버타운 같은 곳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참고 자료
- 매일경제, 늙을 시간도 없다는 서울 실버타운의 하루 (2026.09.20)
- 매일경제, "여보, 시니어타운 갑시다"…'전재산 집 한채' 세금부담에 새 선택 (2026.09.16)
- 에너지경제,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노인주택 좋다는데…중산층은 갈 곳이 없다② (2026.09.09)
- 브라보마이라이프, [서울시니어스 가양타워] 요양 아닌 '생활' (2026.02.04)
- 여성경제신문, [실버타운 2.0] 수백만원 관리비, 주택연금으로 덜까 (2026.07.03)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안내 (실거주 예외·신탁방식 임대)
- 국민건강보험공단, 피부양자 소득요건 (연 2,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