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연금은 집에 그대로 살면서 평생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가입 요건을 갖춘 집 100곳 가운데 실제로 가입한 곳은 2곳 정도밖에 안 됩니다. 매일경제는 가입률을 2.1%로 보도했고, 금융위원회는 약 2% 수준인 가입률을 2030년까지 3%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습니다.
가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상속입니다. 주택금융공사가 2022년에 한 실태조사에서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에게 상속하려고"를 꼽은 비율이 54.4%로 1위였다고 합니다. 집을 담보로 연금을 받다가 돌아가시면 그 집이 통째로 나라에 넘어간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아직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부부가 모두 돌아가신 뒤 집을 팔아 정산하고, 결과는 세 가지 중 하나로 정리됩니다.
- 집값이 남으면 남은 돈은 자녀(상속인)에게 갑니다.
- 집값보다 연금을 더 많이 받았어도 자녀에게 모자란 돈을 청구하지 않습니다.
- 자녀가 집을 지키고 싶으면 대출을 갚고 집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나씩 숫자로 확인해보겠습니다.
정산할 때 갚는 돈은 "받은 연금"보다 많습니다
먼저 짚어둘 부분이 있습니다. 정산할 때 갚아야 하는 돈은 그동안 받은 월지급금 합계가 아닙니다. 주택금융공사가 밝힌 연금지급총액(대출잔액)은 네 가지를 더한 금액입니다.
- 월지급금 누계
- 수시인출금 (목돈을 따로 꺼내 쓴 경우)
- 보증료 (가입할 때 내는 초기보증료 1.0%, 매달 붙는 연 0.95%의 연보증료)
- 위 세 가지에 붙는 대출이자
보증료와 이자는 매달 현금으로 내지 않고 대출잔액에 더해집니다. 당장은 부담이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자에 이자가 붙어 잔액이 빠르게 커집니다. 상속을 따질 때는 "받은 돈"이 아니라 이 대출잔액과 집값을 비교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70세(부부 중 나이 적은 분 기준)에 5억원짜리 일반주택으로 종신지급 정액형에 가입하면 2026년 3월 기준 월 153만9천원을 받습니다. 대출금리를 연 4%로 가정하고 보증료까지 더해 대출잔액이 어떻게 늘어나는지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부 중 나중 분이 돌아가신 나이 | 받은 월지급금 합계 | 대출잔액(이자·보증료 포함) | 집값 5억원 그대로일 때 |
|---|---|---|---|
| 80세 (10년) | 약 1.8억원 | 약 2.5억원 | 약 2.5억원 상속 |
| 85세 (15년) | 약 2.8억원 | 약 4.2억원 | 약 0.8억원 상속 |
| 90세 (20년) | 약 3.7억원 | 약 6.4억원 | 상속분 없음, 부족분 약 1.4억원은 공사 부담 |
| 95세 (25년) | 약 4.6억원 | 약 9.3억원 | 상속분 없음, 부족분 약 4.3억원은 공사 부담 |
금리 4%는 계산을 위한 가정입니다. 실제 금리는 기준금리(COFIX)에 가산금리 0.85%를 더한 변동금리라 금리가 오르내리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집값이 그대로라면 이 예시에서는 87세 무렵에 대출잔액이 집값 5억원을 따라잡는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진실 1. 집값이 남으면 자녀에게 갑니다
부부가 모두 돌아가시면 연금 지급이 끝나고,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에 대출을 대신 갚은 뒤 집을 처분해서 그 돈을 회수합니다. 저당권 방식은 법원 경매로, 신탁 방식은 공매로 처분합니다.
처분한 금액이 대출잔액보다 많으면 남은 돈은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신탁 방식이라면 가입할 때 정해둔 귀속권리자에게 지급됩니다. 위 예시에서 85세에 정산하면 집값 5억원에서 대출잔액 4.2억원을 빼고 약 0.8억원이 자녀 몫으로 남습니다.
집값이 오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15년 동안 집값이 연 2%씩 올라 6.7억원 정도가 되었다면 자녀 몫은 약 2.5억원으로 늘어납니다. 집값이 오른 만큼은 나라가 아니라 상속인이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진실 2. 집값보다 더 받아도 자녀에게 청구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래 사셔서 받은 돈이 집값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 예시에서 95세까지 사시면 대출잔액이 약 9.3억원으로 집값 5억원보다 4.3억원 정도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모자란 4.3억원을 자녀에게 청구하지 않습니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를 "부족분에 대해 상속인에게 별도 청구 없음"이라고 안내하고 있고, 상환 책임을 담보로 잡은 그 집에만 한정하는 비소구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경매로 집을 팔고도 빚이 남으면 다른 재산까지 청구할 수 있다는 점과 다릅니다.
집값이 떨어지는 경우도 같습니다. 집값이 연 1%씩 내려가 25년 뒤 3.9억원 정도가 되었다면 부족분이 그만큼 더 커지지만, 그 부담은 공사가 집니다. 자녀 입장에서 보면 손해 볼 일은 없고, 남는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만 있는 셈입니다.
진실 3. 대출을 갚으면 자녀가 집을 지킬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사시던 집을 팔지 않고 남기고 싶은 자녀도 있습니다. 이때는 경매나 공매로 가기 전에 상속인이 직접 현금으로 갚거나, 공사의 동의를 받아 직접 팔아서(임의매각) 갚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갚는 금액입니다. 주택금융공사는 "담보주택 가격과 보증부대출 잔액 중 적은 금액"을 상환하면 된다고 안내합니다. 대출잔액이 4.2억원이고 집값이 5억원이면 4.2억원을 갚고, 대출잔액이 9.3억원으로 집값 5억원을 넘었다면 5억원만 갚으면 됩니다. 이때 집값은 가입할 때 적용한 가격평가 방법으로 다시 평가한 금액입니다.

자녀가 고를 수 있는 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그대로 둔다: 공사가 경매·공매로 처분해 정산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받습니다.
- 현금으로 갚는다: 대출잔액과 집값 중 적은 금액을 갚고 집을 물려받습니다.
- 직접 판다: 공사와 협의한 기간 안에 팔아서 갚고 남는 돈을 받습니다. 담보가 충분해 담당지사 승인을 받으면 기간은 최대 3년까지입니다.
- 세대이음 주택연금: 상속받은 자녀가 55세 이상이면 같은 집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목돈(대출한도의 50% 초과 90% 이하)을 찾아 부모님 대출을 갚고, 나머지는 자녀가 평생 연금으로 받습니다. 부모님이 저당권 방식으로 가입했을 때만 가능합니다.
현금이 당장 없는 자녀에게는 세대이음 주택연금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겠네요. 다만 부모님 대출잔액이 대출한도의 90%를 넘으면 넘는 부분은 따로 갚아야 합니다.
신탁 방식이라면 이것만은 확인하세요
신탁 방식은 가입할 때 집 소유권을 공사에 맡겨두는 방식입니다. 남은 배우자가 자녀 동의 없이 연금을 이어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속 쪽에서는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탁 방식에서는 남은 돈과 집이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계약에서 정한 귀속권리자에게 갑니다. 그래서 귀속권리자가 아닌 다른 자녀가 대출을 대신 갚아도 집 소유권은 귀속권리자에게 넘어갑니다. 형제 중 누가 집을 지킬지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면, 가입할 때 귀속권리자를 누구로 할지 가족이 함께 이야기해두는 편이 나중에 다툼을 줄이는 길일 듯 합니다.
배우자 승계 기한도 챙겨야 합니다. 가입자가 먼저 돌아가시면 월지급금이 멈추고, 배우자가 사망일로부터 6개월 안에 승계(채무인수) 절차를 마쳐야 연금이 다시 나옵니다. 저당권 방식은 이때 배우자가 집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아야 해서 다른 상속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승계할 수 있는 배우자는 처음 가입할 때부터 계속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로 한정됩니다.
상속받는 쪽이 챙길 세금과 절차
집이나 남은 돈을 받는 사람(저당권 방식은 법정상속인, 신탁 방식은 귀속권리자)은 상속세, 취득세, 재산세를 직접 신고하고 내야 하고, 대상이라면 종합부동산세도 냅니다. 집을 팔아 양도차익이 생기면 양도소득세도 받는 사람이 냅니다. 기한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을 수 있다고 하니 미리 챙기시는 게 좋겠습니다.
상속세를 계산할 때 주택연금 대출잔액이 채무로 빠지는지, 공사가 경매로 처분한 경우 양도세를 어떻게 보는지 같은 구체적인 문제는 공사가 상담해주지 않습니다. 주택금융공사도 법률·세무 상담은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으니, 집값이 크거나 상속인이 여럿이라면 세무사와 한 번 상의해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주택연금은 집을 나라에 넘기는 제도가 아니라, 집을 담보로 평생 대출을 받고 마지막에 집값으로 정산하는 제도입니다. 남으면 자녀에게 주고, 모자라면 공사가 떠안고, 자녀가 원하면 갚고 집을 지킬 수 있습니다.
다만 정산 기준은 받은 연금 합계가 아니라 이자와 보증료까지 더한 대출잔액이라서, 오래 받을수록 자녀 몫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위 예시로 보면 85세 무렵까지는 집값 일부가 남지만, 90세를 넘기면 남는 몫이 없어지는 대신 그 이후의 연금은 사실상 공사가 부담하는 셈입니다.
"집을 물려줄 것인가, 집으로 내 노후 현금흐름을 만들 것인가"는 결국 가족마다 다른 선택입니다. 주택연금 월지급금이 다른 연금과 합쳐 매달 얼마의 생활비가 되는지는 경제적 자유 연구소의 연금 인출 시뮬레이터로 계산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s://timerichlab.com/?tab=pension
예시의 대출잔액은 연 4% 금리와 현재 보증료율을 고정으로 놓고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실제 금액은 가입 시점의 월지급금, 금리 변동, 수시인출 여부에 따라 달라지니 정확한 숫자는 주택금융공사(1688-8114)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한국주택금융공사, 가입고객 사망 후 절차 안내: https://www.hf.go.kr/ko/sub03/sub03_02_05_07.do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의 장점(합리적인 상속·연금지급총액 구성): https://www.hf.go.kr/ko/sub03/sub03_01_01_05.do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자세히 알아보기(보증료·적용금리): https://www.hf.go.kr/ko/sub03/sub03_01_01_06.do
- 한국주택금융공사, 월지급금 예시(종신지급 정액형, 2026.03.01 기준): https://www.hf.go.kr/ko/sub03/sub03_01_01_02.do
- 한국주택금융공사, 자주하는 질문(세대이음 주택연금·중도해지): https://www.hf.go.kr/ko/sub03/sub03_02_05_04.do
-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연금 오해와 진실(비소구 방식): https://www.hf.go.kr/ko/sub03/sub03_02_05_05.do
- 매일경제, "평생 월 200만원 꽂힌다는데"…100명 중 2명만 가입하는 주택연금 왜?